선거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중학교 2학년 때의 반장 선거다. 초등학교 때도 부회장을 했었지만 그때는 어려서 투표 결과가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중2 때의 선거에선 나 포함 3명의 후보가 있었고, 5표 차이로 부반장이 되었다. 부반장이 되어서 기억에 남는 건 아니다. 되고 나서 익명으로 온 문자 때문에 뇌리에 남은 것이지. 요즘도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반장이 되면 반에 햄버거나 피자 같은 걸 돌리곤 했다. 그래야 한단 법은 어디에도 없었으나 관례처럼 자연스럽게 그랬었다. 부반장이 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받은 문자에는 왜 햄버거를 돌리지 않냐는 욕이 담긴 말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반장이 되고 싶어서 나갔던 것도 아니고 누가 추천해서 후보로 나가게 되었던 거라 고사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이나 그 때나 완장에 대한 욕심이 있긴 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지만.
유학 생활 중에는 그 어느 선거에도 투표를 하지 못했다. 같은 지역에서 공부한 사람들 중 몇은 투표하러 가기도 했으나 런던까지 가는 먼 길은 안 그래도 심한 귀차니즘에 무게를 더하여 관심조차 안 생기게 했다.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런 저런 글과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한국에 돌아와서는 대선, 총선, 지선 모두 꼬박꼬박 투표하였다. 그와는 별개로 정치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짜증만 나고, 지역색들도 그렇고 온통 마음에 안 드는 것뿐이다. 최선이 아닌 최악을 뽑지 않기 위해 하는 투표는 행사하면서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악을 피한다고 차선인 것도 아니라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나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입에 발린 거짓말을 하지 않는 후보들이 제대로 된 공약을 내세워 뽑힌 다음에 정말 제대로 된 정치를 하는 날이 언제쯤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