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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나

by 에세이쓰는 김 2024. 4. 12.

어느새 봄의 한가운데 있다. 봄에 관한 수많은 노래들이 인기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계절임은 틀림없다. 벚꽃 연금이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벚꽃놀이를 나간 적이 없다. 애초에 집 밖을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 많은 데는 더 질색이며, 아파트 단지 내의 벚나무들도 예쁘게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애매한 날씨 또한 영향을 끼친다. 겨울과 여름 그 사이의 날씨는 갑자기 추워졌다 더워지기를 반복하여 무엇을 입어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한국은 모든 학기의 시작이 3월인 탓도 크다. 새로운 시작을 좋아하고 반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 부류다. 낯선 것보다는 익숙한 게 좋다. 새 학기가 되면 항상 배가 아팠다. 친구를 못 사귀는 편이 아님에도 긴장을 잔뜩 한 상태로 등교하곤 했다.

여름을 제일 싫어하고 겨울을 그다음으로 싫어하는데 봄은 그 둘 보다는 낫고 가을보다는 싫다. 겨우내 존재를 감췄던 벌레가 활동을 시작하기도 하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꽃가루로 있는 듯 없는 듯했던 비염까지 자극하여 힘들게 한다. 한국이 아니라 영국이었다면 봄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해가 매우 짧아지는 겨울을 보내고 해가 길어지면서 날도 포근해지고 밝은 날이 많아지니까. 부활절을 맞아 방학을 하기도 하고 그 시기에 여행도 많이 다녔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 가득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은 한국이고, 영국에는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낮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주 약간의 설렘을 담은 좋아하지 않는 계절. 그게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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